난데없이 고백하자면,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면서 진척은 하나도 없었다. 온갖 생각들을 하다 꾸벅거리고, 졸음이 계속해서 다리를 붙잡혔다. 오늘이 되서야, 드디어 유저 측면의 상호작용을 작업할 수 있다니. 성취감이랄만한 건 없었는데, 있다고 해도 쥐꼬리만 했으나 이렇게 글로 쓰고 있자니 새로운 기분이다.
이런 조잡한 코드라, 추후 크게 고쳐야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끊임없이 든다. 시간이 해결.. 해주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 내가 해결하는 수 밖에 없으니 눈 앞이 막막하네.
다르게 생각해보자. 적어도 미약하나 골격은 마련됐으니, 살을 덧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게임다운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게 감개무량하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또 귀찮게도 덧붙여야할 부분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어쩌면 좋지.
report 태그로 굳이 달지 않는 이유는, 이제껏 내용을 써봤자 코드에 코드 밖에 없어서였다. 자세한 내용은 거기서 다룰 생각이다. 생각만 하는 것과 달리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심리에 영향을 끼치기에, 지금부터는 길게 글로 써보면서 작업하는 건 어떨까 싶다.
게임 컨셉은 RPG라고 요약할 수 있다. 아쉽지만 JRPG, CRPG의 턴제 부분이 어째선지 그토록 고통스러웠다. 그런 의미에서 턴제는 아니되, 그렇다고 커멘드 위주의 RPG가 아니도록 구상은 했다. 다만, 이게 실제로 어떨지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지 않는 이상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몰입형 RPG라고는 할 수 없는 이유가, 완전히 세세한 요소를 3D로 구현하지 않는 이상은 괴리감이 든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개인적인 느낌에 불과하나, 스카이림이나 폴아웃이라고 해도 괴리감은 여전히 있었다. 그게 모션 떄문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무엇이라고 꼭 집어서 말해보고자 드는 생각은 이렇다.
마우스, 심지어 VR이라고 할지라도 손이 아닌 매개체를 통해서 접근하는 행위 자체에 괴리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러나 현실과의 괴리감을 지우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위험하고, 또 불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컨데 괴리감을 지워, 성공했다고 한다면 또 어쩔텐가.
이러한 물리적 거리 외에도 심리적 거리도 있다 생각한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드는 생각이 시뮬라르크에 대한 말들이다.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과 근래에 접한 이야기들이 현실과의 거리감에 대해서 끊임없이 충동을 느낀다. 돌아보면 나는 완전히 대체된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걸지도 모른다. 개연성과 별개로 현실성에 집착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로부터의 새로운 것이라는 것은, 기존 것들로부터의 어떠한 관계도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로썬 불가능하리라. 새로운 진법, 연산 방식으로 시작해서 새로운 물리 규칙 따위의 것들을 떠올린다 쳐보자. 그러나 이러한 행위를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기반된 것들로부터 어떠한 연결점도 없애기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불가피했다. 하지만 기존의 것들을 차용하는 게 무엇이 나쁜가 하는 생각도 역시 든다.
그러나 다른 가정에서 시작해서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면 모를까. 기존의 것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역시 기존의 결론들이 오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 필요한 것은 다른 가정일지도 모른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은 본다면, 다른 의미와 감각으로 다가오듯이 말이다. 이제 와서 색다른 시각이랄만한 것이 있는가 싶기도 하지만, 분명 각기 다른 문맥에서라면 또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다.
윗 이야기와는 별개로, 그러니까 결말이나 설정을 어떻게 짜는 것과는 별개로, 이야기 전개에 대한 자신의 실력은 참혹하기 그지 없지 싶다. 지금 느끼기로는 이야기라는 것은 앞뒤의 흐름을 전부 지정하는 것에 가깝다. 이야기의 톤 -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이라고 해서, 개연성에서의 (불행이 닥치는 것과 같이) 운과 같은 요소를 얼버무릴 순 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자체가 어떠한 흐름을 가질지는 앞뒤 맥락이 전부다.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질지부터 그리고 어떠한 사건을 겪을지까지, 나아가 어떤 결말을 내놓고 그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까지. 이러한 요소들을 전부 감안하고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대략적이라면 간단하나, 이러한 것들도 클리셰라 불리는 것을 차용한다면 모를까. 그럴지라도 이야기의 완급 조절까지 놓고 생각하자면 더욱 골 아프다.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인물 중심적인 이야기들이 대다수라고 해서, 경험상 인물만을 앞세우는 것은 그 자체로 도박에 가까웠다. 적어도 인물을 설정함에 있어서, 편리한 것으로 설정하면 되겠으나 그래서는 특색이랄 것이 없어질 터다. 그러면 안전장치를 만들거나. 인물 자체를 배제하면 되겠으나, 이 자체가 위험성을 동반한 선택이다. 적어도 극 내에서 아무렇게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럴지라도 위험하단 것이다.
글의 목적에 달린 것이기도 하나, 주동 인물이라는 것이 대리만족만을 위한 것이라면 특히 더욱.
쓰기 전에 모든 것들을 정해놓는다면 위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상, 이런 식으로 정해두더라도 실상은 다르다는 점이 컸다. 글이 진행되면서 인물도 변화한다면 생각과는 달라진다.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와 나갈 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자신이 다르다면 또 문제다. 그래서, 가장 완벽한 계획이 무계획이라는 말도 어느정도 공감은 간다.
그렇다면 그냥 앉아서 생각나는대로 쭉쭉 써나가도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읽는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읽을 때의 지금에 있어서, 예전에 읽었던 글까지 세세히 기억이 나진 않아서 말이다. 근래의 글들이 쉽게도 넘기도록 만들어졌기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읽었던 이야기가 크게 중요하지 않는 글들이라면 굳이 연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해둘 것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최소한의 사전 설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들은 감에 맡겼다. 그래서 못 쓰는 걸지도? 읽는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런 방식은 쓰는 사람으로써는 너무 변동 폭이 크다. 모든 매일이 평온할리가 없으니 더욱 그렇다. 갑자기 급발진할 일은 아마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많은 방식이다. 하지만 예견했던 계획대로 전부 딱 떨어지게 쓸 수 있을 거 같지도 않다.
분명 다들 그러겠지만, 당연히 지금을 기준으로 앞뒤 이야기를 계속해서 상상해나가는 것이다. 이미 풀어놓은 설정으로부터 벗어나지도 않도록 가정하면서도, 그 생각이 글로 옮기고. 하지만 생각했던 대로 옮긴 글이 정확히 그대로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대로가 재미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또한 그대로가 아니라면 이미 엇나간 레일은 아닌가. 이를 수정하기 위해 궤도를 수정하는 과정을 덧붙인다고 할지라도, 그게 읽는 사람에게 있어서 재미가 될지는 또 모를 일이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뭐에 다쳤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어디서 엇나갔는지도 모를테니. 다 떠나서, 시간만이 충분하기만 하면 좋겠다.
그래서 원론이다. 진척은 미진하나, 시간은 더 필요하다. 평생을 시간에 쫓기고만 있었다. 언젠가는 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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